[코리아투데이뉴스] 경상도 음식 중 갱시기라는 것이 있다. 조리법이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큰 냄비에 물을 적당히 인원수에 맞추어 붓고, 돌아다니는 남은 밥 넣고, 김치나 콩나물, 두부 기타 반찬, 소면이나 라면 등을 넣고 끓여 간을 맞추어 그릇에 퍼주는 음식이다. 된장국이야 꼭 된장이 들어가야 하지만 갱시기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부엌에 남아 있는 것들을 죄다 끌어모아 가지고 그냥 끓여서 간만 맞추는 형국이다. 가만히 보면 밥도 아니고, 그렇다고 면도 아니며, 국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반찬도 아니니 분류를 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에는 정확하게 밥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수나 라면도 아닌 갱시기를 참 먹기 싫어했는데 요즈음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속풀이 해장국으로도 괜찮고 또 제사 뒤에 남은 명태포 전, 동그랑땡 등을 넣으면 고기 기름이 들어가서 그런지 든든한 한 끼가 될 뿐 아니라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런 나름 괜찮은 먹거리로 생각된다.
어찌보면 갱시기는 우리네 부모님들이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았을 때 끼니를 때우기 위해 적은 밥을 많은 사람들과 골고루 나누어 먹을 목적으로 양이 많은 것처럼 만든 음식으로 가난한 시절의 애환이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사람들이 제일 넘기 힘들어하는 고개, 보릿고개.
서울과 부산을 케이티엑스 고속전철로 두 시간 만에 돌파하는 세상, 마이카 시대로 집집마다 자가용 자동차를 굴리는 세상, 거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손안에 단지 전화기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큰 기능을 담고 있는 휴대용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이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생경한 단어로 볼 수 있는 보릿고개. 필자가 갱시기나 보릿고개를 언급하는 이유는 실상 이런 보릿고개 시절이 결코 오랜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학교라고 지칭될 때 초등학교를 다녔고, 국기하강식.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에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관계로 검정 고무신을 신고 비포장 흙길을 따라 왕복 두 시간의 산골 학교를 다녀 보릿고개를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갱시기를 통해 간접 경험은 한 듯하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빈곤 문제를 극복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점에 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는 스포츠면에서 금번 파리올림픽에 역대 최소의 올림픽 참가 선수를 보내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종목도 과거에는 권투나 레슬링, 유도 등의 격투기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주었으나 지금은 격투기를 하는 선수들을 찾기 어렵고, 수영 등의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기도 하여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튜버나 해외언론을 통해 전파되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국민들로 하여금 속칭 국뽕에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케이드라마, 케이팝을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말 그대로 음악을 습득하고, 그러한 한류 흐름 때문에 자발적으로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세종대왕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실제로 미국 연수 시절 미국인이 국적을 물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안녕하세요”가 바로 나오고, 어느 마트 앞을 지나는데 헤드폰을 착용한 채 춤을 추며 지나는 웬 흑인 청년이 “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한국 랩을 흥얼거리는 것을 보고 한류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출 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과거 가발이나 수출하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자동차, 반도체, 원자력발전소 등 기술 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의 수출 품목으로 외화를 획득하고, 세계 유수의 고층빌딩을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준공하였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뿌듯해져 자랑스럽기도 하다. 실상 집에서 필요한 전자제품 예컨대 전기밥솥, 냉장고, 에어컨, TV 등을 구입할 때에도 외국산이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먹거리의 문제에서도 식량 자급자족을 넘어 쌀이 남아도는 세상, 국민들의 민생고가 해결되어 이제는 굶주림이 아닌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해외 원조를 받던 최하위 빈국에서 해외 무상원조를 하는 나라, 그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성장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국가발전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는 국가정책과 잘 살고자 하는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땀과 노력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것이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를 통해 새로운 지혜를 얻는다는 말이다. 보릿고개 시절의 어려움을 잊지 말고, 현재의 발전이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앞선 시대를 산 부모님 세대들의 피와 땀이 깃든 노력으로 이룩한 것이라는 것을 현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거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는 잊지 않되 앞으로 나아가는 지혜로운 방안을 찾기 위한 토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의 역할로만 과거가 머물러야지, 앞세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결코 미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의 선진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켜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하고, 앞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 대한민국의 위상을 구축할 수 있도록 우리 세대 모두가 더욱 노력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밤에는 셀프로 갱시기나 한번 끓여 속을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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